제3의 과제전 2021

The Third Project Show 2021

2021.9.1 - 2021.9.30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김상소  장한이  최정고은

Sangso KIM / Hani JANG / Goeun CHOI(JEONG)


기획. 이관훈

Curator. Kwan Hoon LEE


2015년부터 시작된 사루비아 기획전 《제3의 과제전》은 국내 미술 대학의 관행적인 과제전과 졸업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제3의 과제전 2021》을 기획하면서 현재의 시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제3의 과제전을 처음 기획한 2015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미술계 내외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일 것이다.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고, 미술 대학의 교육 환경 또한 크게 변했다. 실기수업이 주를 이루는 미술 교육에서 비대면 수업과 실기실 사용의 제한은 학생들의 작업하는 방식과 작업 자체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교내 과제전이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으며, 졸업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는 미술계 전체적인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3의 과제전 2021》에서는 전시와 더불어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변화된 교육, 강의 환경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별도의 자료집을 기획하였다. 미술 대학 재학생과 교강사에게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 안에서 어떻게 작업하고 있으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였다. 이번 자료집을 통해 힘든 시기에도 창작을 놓지 않는 예비 작가와 미술 교육에서 비대면이라는 장벽을 해결하고자 하는 교강사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전시는 공모에 선정된 김상소, 장한이, 최정고은 세 명이 참여하였다. 《제3의 과제전》은 교육제도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자유로운 창작을 표현하는 것으로 기획되었기에, 서로 다른 개념과 매체를 다루는 세 명의 작업을 하나로 엮는 뚜렷한 주제를 갖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를 진행하면서 이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팬데믹 시기에 자신의 방 혹은 작업실에서 묵묵히 작업을 이어간 치열함과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의 전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모인 의지이다.  


이는 비단 세 명의 참여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지속하는 모든 예술인과 공통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일 것이다. 예기치 않은 팬데믹이 계속되어도 작업과 전시를 계속 해나가는 몸짓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많은 것이 변하여도 우리는 계속해서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김상소는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그는 회화라는 장르와 범주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해, 회화의 구성 요소에 대한 실험을 거치며 평면의 회화를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의 형식에 집중하는 두 가지 시리즈를 선보인다.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2021) 시리즈는 만화책을 읽는 규칙에서 그 형식을 빌려왔다. 캔버스 위에는 여러 이미지가 뒤섞여 서로 중첩되거나 프레임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도 하고, 세세한 묘사로 재현되거나 거친 붓터치만 남아 구체적인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조각난 이미지를 회화적 물성으로 얹히면서 구상적인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내용을 지워낸다. 서사를 잃어버린 이미지는 규칙과 형식에 따라 서로 연결되어 물질적인 회화 자체로 존재하게 된다.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시리즈가 회화를 형식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이라면, <뽑아 듣는>, <뽑아 보는>(2021) 시리즈는 색과 형태에 따른 감각에 대한 실험이다. 그는 회화의 작은 단위를 나타내고자 전형적인 색과 도형을 에어 브러시를 사용해 아크릴 위에 납작하게 표현한다. 관객이 직접 하나씩 뽑아볼 수 있게 만든 이 작업은 직관적이고 단편적인 심상을 떠올리게 하고, 여러 작업을 뽑아 보는 행위에서 연결된 감각적 서사를 만든다. 그의 두 시리즈 작업에서 ‘회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대답과 각자의 ‘회화적 서사’를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김재연|사루비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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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는 일상의 다양한 생각과 깨달음을 객관화된 조형 언어로 옮기는 것에 관심 있다. 이번 작업의 연결고리 또한 주변 환경 및 관계에서 파생된 감정들이다. 작가는 평소 곱씹는 생각과 순간적인 감상을 치밀하게 기록하고, 이로부터 스케치를 시작하여 작업의 틀을 마련한다. 먼저 즉흥적으로 작업의 소재들을 수집한 후, 이를 짜임새 있게 분류하고 여과하여 도식화된 기호들을 남기는 것이다. 그 결과 화면 위를 부유하는 간결한 형상들의 기반에는 쉬이 코드화될 수 없는 직관의 흔적이 자리하게 된다. 관계에서의 갈등과 모순되고 양가적인 입장, 근심과 혼란을 야기하는 각종 상념들은 다채로운 색과 형태의 기호들로 대체되고 가려진다. 또한 작업의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이미지를 되풀이하는 응축과 반복의 과정을 실험하기도 한다. 작가는 화면의 조각들을 별도로 분리하여 재해석하거나 동일한 기호를 중첩 및 나열하며 그가 감각하는 세상을 구성해 나간다. 이로써 나타난 규칙적이고도 생동한 리듬은 경쾌한 기운을 자아내는 한편, 긴 제목 속엔 복잡하고 소란한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이처럼 장한이는 자신의 내면을 한차례 정제하여 이야기함으로써 스스로를 다독이고, 동시에 우리 주변을 떠다니는 익숙한 감정을 섬세히 헤아리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세상을 꿈꾼다.


강수빈|사루비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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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고은은 경계 사이로의 이동에 의한 변화와 누락에 주목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이전에는 그것이 지닌 의미를 개념적으로 천착했다면, 현재는 그 현상에 실제로 작용하는 물리법칙의 성질, 특히 ‘물질들 사이의 관계’에 의미를 둔다. 이전 작업이 이동에 따른 변화라는 ‘결과’에 관한 것이라면, 지금은 물질들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작업은 작가의 방 안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물질이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했고, 물성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가구를 해체하여 의미를 누락시켰다. 해체된 가구는 사적인 장소에서 공적인 공간으로 옮겨진다. 가구는 이동 과정에서 의미를 새로 획득한 오브제와 그렇지 않은 파편으로 나뉜다. 자연스럽게 한쪽 구석으로 빠진 파편들(먹물을 입힌 비닐로 감싼)은 새로운 흐름을 갖기보다는 공간을 점유하며, 사진작품에서 보여주는 원래 장소의 이미지와 함께 사적인 장소를 상기시킨다. 오브제는 전시공간에서 여기저기로 파편화되어 각각 혹은 유기적 관계로서 설정되는 동시에 바닥에서부터 5cm가량 떨어져 그림자를 남기는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형성한다.  

                                                       
박지예|사루비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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