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과제전 2020
The Third Project Show 2020
2020.10.7 - 2020.10.31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박시월 이지영 조영주
Siwol PARK / Jiyoung LEE / Youngju JO
기획. 이관훈
Curator. Kwan Hoon LEE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박시월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박시월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이지영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이지영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조영주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조영주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조영주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제3의 과제전 2020》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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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대학의 관행적인 졸업전시와 과제전시의 기능과 소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3의 과제전>은 올해로 4회를 맞이한다. 해마다 학생들은 졸업하지만 <제3의 과제전>을 격년제로 기획하면서 참여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 과제전을 본 여러 작가와 교육자들이 매년 열어야하는 필요성을 피력했고, 이러한 미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올해부터는 매년 시행하였다. 2015년 처음 기획했을 때와 지금은 외부 미술 현장에서의 변화와 속도에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특히 창작의 태도와 전략 면에서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은 공공 및 단체에서 이전보다 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신생공간이 생겨나며 동시에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다.
젊은 세대는 기성작가들의 활동보다 자신과의 사고방식이나 감각과 성향 그리고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작가들의 창작 및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학교 커리큘럼보다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원하는 정보 및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별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작가 및 전시 공간 그리고 미술의 모든 담론까지 SNS를 통해 찾아나가는 세상이다 보니, SNS와 한 몸인 젊은 세대는 앉은 자리에서 이를 검색하여 정보를 얻는다. 이들은 자신의 창작이 어떤 통로로 세상과의 교감이 되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발 빠르게 접근하며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창작 태도와 전략에서 과연 <제3의 과제전>은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이번 공모지원자 중에서 빠름을 쫓는 시류에 관계없이 느림의 태도로 세상을 관조하는, 그러면서 예술의 진정성을 찾는 작가에 눈길이 간다. 이번 기획전을 위해 사전에 진행되는 공모 및 선정 기준을 전과는 다르게 변모시켰다. 이번에도 전과 같이 국내 미술대학교 4학년 및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모하였고 34개 대학에서 161명 중 3명을 선정하였다. 선정기준은 얼마만큼 본연의 감성에 충실했는가, 창작의 스펙트럼을 넓힐 주체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참신하고 유연한 감각과 사고를 갖추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그리고 작품 이면에 잠재된 창작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방향으로 선택한 작가 3명(박시월, 조영주, 이지영)과 함께 4개월 동안 오리엔테이션, 작품 프레젠테이션, 스튜디오 방문, 전시 디스플레이 등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 그리고 교육현장과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특성에 맞춰 큐레이팅을 하였다.
박시월은 혼란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너무도 보편적인 감성인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여 자신만의 드로잉(종이, 유리)과 회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 수단을 통해 타인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결정적인 아름다운 순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얻어낸다. 인터뷰한 내용과 소소한 감정은 작가의 해석에 의해 각각 다르게 파편화된 이미지의 문장들로 구성되고, 이는 완성된 작품 이면의 보이지 않는 레이어로 남는다. 외형으로는 망각된 기억이 환영의 상태로 재현되고, 내면으로는 흔적도 형체도 없고 한계도 없는 깊은 사색에 빠져든다. 그의 창작은 외형과 내면 이 두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에피소드가 창작 과정의 태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어쩌면 그 이전 그의 선험과 경험이 맞물리며 본능적 감성이 울림으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작가가 만나면서 깨달은 휴머니즘의 정서와 자연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삶과 미술이 지닌 진정성을 타인들과 교감하고자 한다.
이관훈|사루비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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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은 일상 속에서 자신과 맞닿는 장면을 발견하고 이를 사진으로 담아낸다. 작가가 마주하는 장면에는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물이나 풍경이 등장하는데, 이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대상이다. 이지영은 이러한 대상이 머물러 있는 순간을 수집하듯 사진을 찍는다. 특히 그 순간에 집중해 사진을 찍음으로써 오롯이 대상과 본인만이 남는 경험을 하게 되고, 여기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사진 속 대상이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닮아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모습도 함께 사진에 담아낸다. 이렇듯 작가가 정처 없이 걷다 사진으로 담은 장면은 평범함에 대한 예찬이자 곧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집하듯 모은 여러 장의 사진은 작가가 찍었던 순간의 분위기와 느낌에 따라 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선택된 이미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배치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각자의 이야기를 불러일으킨다.
김재연|사루비아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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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는 자신과 주변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기억과 서사에 관심을 가지며 사진을 찍어왔다. <Re : : :>는 재건축 현장을 담은 사진으로, 기억이 사라지고 그것을 상상으로 메우는 일련의 과정이 재건축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재건축 현장에 있는 사물이 그렇듯 <Re : : :>의 피사체 역시 버려지거나 방치되었다. 조영주는 낡은 천막이나 남겨진 옷걸이, 깨진 유리창을 보며 대상이 지나온 시간을 상상해본다. 사진과 함께 걸린 세 편의 글은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을 재구성한 것으로 과거를 떠올릴 때 그렇듯, 맥락은 제거되고 각 문장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글로 묶이며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그는 건조하게 사진을 찍고 모호하게 글을 쓰며 관객 또한 기억과 서사를 재건하는 일련의 과정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전그륜|사루비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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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작가들의 작업은 화려한 조형성이나 요란한 이야깃거리로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은 자신들의 내면에 집중하고 작은 시선에 머물고 있지만, 그들의 느리고 더딘 생각은 놓치기 쉽고 느끼지 못했던 감성과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에 있다. 큐레이팅을 하면서 공유했던 그들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진솔했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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