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네트워킹 프로젝트 : 틀, 시선의 차이

Inter-Regional Network Project : Framing

2014.6.20 - 7.19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박성란  정지현

Sung Ran PARK / Ji Hyun JUNG

한국 현대미술에서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활동 영역의 경계가 존재한다. 중심과 지역 간의 교류를 원활히 하고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루비아 지역네트워킹 프로젝트 2014’는 2005년부터 시행해온 지역네트워킹 워크샵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 이어 실천적인 소통을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경상지역 3명의 중견작가에게 모두 10명을 추천받아 매칭 가능한 박성란, 정지현 두 명을 선정하였다. 자신의 매체를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몰두하는 창작의 태도를 기반으로 작업 크리틱의 필요성과 효과, 그리고 매칭되었을 때 조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5, 6월 두 달 동안 세 번에 걸쳐 작가들의 작업실(울산, 경산)에 방문하여 그동안 각자가 해왔던 작품들 (포트폴리오 자료 및 실재작품)을 보며 창작의 근원적인 문제와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창작의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시스템의 현안들을 공유하였다. 창작의 고민은 거미줄처럼 수많은 감성언어가 얽히고설킨 실존의 그물구조 속에서 어떤 실타래를 푸느냐에 따라 그 실마리가 정해지며, 그 전환점에서 상대성을 지닌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작가들은 이번 기회에 또 다른 선택 또는 감성의 폭을 확장하고, 이를 실험하는 계기로 삼았다.

박성란은 현대문명의 산업사회에서 생산·소비되는 과정에서 폐기물로 나오는 기계들의 각종 부속품을 오브제 삼아 콩테로 종이와 캔버스 위에 ‘그리고-지우기’를 반복하는 행위를 취하였다. 동시에 그 오브제들은 은유의 대상으로 자신이 지닌 감성언어를 표출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쓸모없이 버려진 시시한 것들을 미학적인 의미로 되살리는 노력을 해왔다. 그녀는 이번 계기를 통해 기술적인 표현이 아닌 감성이 없는 냉정한 기계폐품들을 숲이라는 자연적 감성으로 녹아들게 하는, 그만의 특성에 맞는 조형적 언어를 찾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그 표현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로 확장된 드로잉적인 언어표현에도 더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을 찾아 나갔다.

정지현은 주변에서 손쉽게 수집한 작은 식물들(브로콜리, 버섯, 귤, 상추, 벌집 등)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서서히 감성을 일으키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동기부여를 위해 그 대상들은 대부분 고체화된 상태로 시간을 기다리는데, 주로 말리지만 간혹 썩히거나 부셔 트리기도 한다. 그러한 현상을 지켜보며 자신이 그동안 보아왔던 산, 섬 등의 자연적 풍경에 감정 이입하여 그려나가고, 순간 무의식적인 무아지경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보잘것없는 식물이 그의 감성에 따라 크게 확장되어 다른 성질의 전환체로 바뀌는, 그러니까 물질의 본성이 사라지고 자신만이 추구하는 생경하고 신비로운 판타지(비경)를 만들어 나갔다. 거의 10년간 이러한 세상 속에서 길들어 왔는데, 그에게 있어서 이번 전시는 그런 판타지보다는 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의 감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매칭된 이 두 작가의 창작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숙고해온 작업이 아닌 2개월에 걸친 프로젝트로 이뤄진 결과물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은 작업해온 연륜만큼 순발력 있게, 재치 있게 표현해냈다. 무엇보다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 새롭게 보여야 하는 고민, 혼란, 부담, 설렘 등의 감정까지 포용하고 각자가 현재의 위치에서 겪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작가와 큐레이터 간에 그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그들에게는 이번 프로젝트가 앞으로의 창작에 살점을 더해가며 또 다른 출발점이자 사고의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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