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린 대화


2015.4.8 - 4.30

Exhibit Cat. PG3

요건 던호펜 : 근시

Jürgen Dünhofen : Myopia

기획. 황정인

Curator. Jung In HWANG

시지각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일은 예술을 떠나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자연스럽게 감각기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사유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남아공 출신의 작가 요건 던호펜의 작업에서 이러한 관조의 문제는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 세상에 이해하기 위해 거쳐야 할 마음의 상태, 그리고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동반한다. 공간을 은은하게 감싸는 낮은 조도, 생명의 향기를 머금은 공기는 현재의 상황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보는 이를 유도하면서 대상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작가는 이러한 관조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상황 속에서 관객이 자연스레 공간을 거닐며 유기적 형태의 나무 조각과 만나고, 그것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렌즈로 시선을 옮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는 렌즈가 지닌 광학적 특성, 이를테면 빛의 굴절과 반사효과에 의해 이미지를 인식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때 각기 다른 렌즈를 통해 보이는 형상은 일그러지거나 흐릿하게 혹은 앞뒤가 뒤집힌 상태로 나타나면서 결코 그것의 모습을 완전하게 드러내지 않고, 다만 부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서로 간의 거리감을 확인할 수 있는 환영일 뿐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환영 혹은 그 관계 안에서만 대상을 부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대상, 나아가 세상을 바로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이 아닌지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우리는 조금씩 몸을 움직여가며 렌즈를 통해 무언가를 찾고 응시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바라보는 대상인 세상 또한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근시(Myopia)'는 자아와 세상과의 거리,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울러 던호펜의 조각에서는 관객의 보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렌즈와 함께 고된 노동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나무 재질의 형상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조각은 렌즈를 주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최근에 그의 작업에서는 이것이 부드럽게 구부러지거나 특정 성향을 지닌 유기체의 형상으로 발전하면서 다른 형상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 작가가 개개의 조각에 집중했다면, 이러한 변화는 공간과 대상과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한 결과인 듯하다. 이렇게 작가는 명상과 성찰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경험과 인식의 문제를 전통적인 조각과 광학적 특성을 결합한 설치작업으로 보여주면서, 주체를 둘러싼 세상의 모습을 조용히 성찰해나가고 있다. 


황정인(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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