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농담

Heavy Jokes

2016.11.2 - 11.30

Exhibit Cat. PG1

구지윤

Ji Yoon KOO

구지윤은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심리적 도상을 그려낸다. 자고 일어나면 사건 사고가 빈번한 현대사회에서 겪고 있는 일상의 지루함, 불안과 우울한 정서를 본능적으로 표현하기 가장 적절한 것이 작가에게는 회화 매체로 선택되었고, 작가는 캔버스 위에 자신을 복잡하게 둘러싸고 얽힌 모든 현상을 초월 가능한 무의식의 흐름에 가탁하여 직관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여기서 작가의 회화적 표현은 심리적 현상이 도래하기 전 구체성 있는 모든 사물과 사건을 인식의 대상으로 집약시킬 수 있는 추상성을 추구한다. 이것은 가시적 형상을 모방해서 재현하는 방식을 벗어나 순수조형의 점, 선, 면, 색채로 구성하는, 즉 작가의 내면에서 회화의 본질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로 다가간다. 작가는 이미지를 그릴 때 일직선적 사고가 아닌 순환적 원형을 상상하며, 그 원형 안에서 주제의 구체성, 표현방법의 선택, 시간성의 회귀 등 오랜 시간 동안 사유한 그 지점들을 연결시키거나 지우면서 다른 무엇으로 증폭시킨다.


이러한 본능과 숙고는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요소인 쌓고 허무는 '건축', 붕괴되고 다시 치유되는 '심리', 지우고 또 그리는 '회화'를 통해 이번 전시 『무거운 농담』에서 집중된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도시(서울)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크고 작은 사회적,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심리를 표현한 추상회화 작업을 보여준다. 구지윤의 작업에서 충동과 불안의 심리는 익명인의 얼굴을 대상화하는 방법과 의미다. 그렇게 작가는 사실적인 형상을 걷어내고, 마치 구축과 파괴의 프로세스가 쉴 틈 없이 이뤄지는 복잡한 공사 현장처럼, 다양한 조형 요소들이 서로 뒤엉키고 생성,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일종의 기형적이면서 추상적인 형태를 취한다. 또한 이것은 거대한 크기의 캔버스 화면 안에서 화면 곳곳을 날카롭고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붓질을 통해 형상화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작가의 무수한 관계 속에서 은유로 쓰인 제목들은 추상이라는 표면에 은폐된다.


작가는 추상이란 의미를 '보이지 않는 힘, 과잉된 에너지 등 현시대를 이해하고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불안이 지속되고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시대의 오늘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추상처럼 살수는 없다. 하지만, 이 시대의 망망함, 공허함을 대체할 수 있는 의미로서 그 가치는 극대화될 수 있다. 추상회화에 대한 작가의 믿음처럼 작품에서 보이는 추상적 표현과 이미지의 실험이 미적유희의 대상을 넘어 동시대 사회문화적 현상이 지닌 특징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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