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예

A Concrete Case

2016.6.8 - 7.7 

Exhibit Cat. PG3

진달래 & 박우혁

JIN Dallae & PARK Woohyuk

기획. 황정인

Curator. Jung In HWANG

진달래 & 박우혁은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현실사회의 규범과 질서, 약속과 기준에 대한 의문을 주제로 꾸준히 활동해온 시각예술그룹이다. 진달래와 박우혁은 공통된 주제의식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경험의 폭과 사고방식, 나름의 체계와 표현방식을 토대로 서로 간의 합의점을 찾아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시각예술의 범주에서 보자면 타이포그래피와 설치미술의 형식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개개의 작업이 내포한 공간의 개념 혹은 공간에 반응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질서와 규범, 규칙을 인식하는 시지각적 방법들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있다.


면밀히 보면 어느 하나 정확한 면과 선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생김을 지닌 사루비아의 공간은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백색의 면 혹은 굵게 그어진 검은 선에 의해 ‘벽’ 혹은 ‘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그 기능을 부여받아 안과 밖,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분된다. 전시장 한 쪽에 나 있는 무명의 작은 공간은 둥근 덩어리 형상이 새겨진 직사각형 현판으로 인해 나머지 공간과 분리되면서 일종의 의미와 기능을 지닌 정체모를 공간으로 규정된다. 또한 표면의 굴곡과 무늬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비정형의 자연석은 사회적 의미와 규칙을 지닌 패턴을 입고 선반 위에 놓이면서 특별한 의미와 지위를 부여받는다. 각각의 대상(공간과 사물)은 관객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는 일정한 형태 혹은 상황으로 제시되면서 일종의 ‘구체적인 예(a concrete case)’가 되어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다. 즉, 특정 대상을 정의하듯 그어진 각종 선들, 교련 무늬 등과 같이 사회적 약속을 동반한 이미지 패턴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덧씌워지면서 벌어지는 의미화의 과정,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적 사고에 대한 탐구가 구체적인 시지각의 형태와 상황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공간과 사물에 단단하고 묵직하게 결합해 있는 흑백의 이미지는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이 사회 안에서 체득한 시지각적 경험의 깊이와 폭, 규칙과 기준의 적용 범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해석의 과정이 좁게는 이미지가 대상에 부여한 역할과 기능 안에서, 넓게는 이 모든 인식의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질서와 규범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공간 속에 던져진 <구체적인 예>는 현실의 규범과 규칙, 그리고 그로부터 학습된 자아와 희미하게 때론 강렬하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황정인(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e-c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