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경마장에 데려가라

Take Your Enemy to Horse Racing

2017.3.29 - 4.28 

Exhibit Cat. PG1

함정식

Jeong Sik HAM

『원수를 경마장에 데려가라』는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마를 소재로 엿볼 수 있는 인간사의 복잡한 관계와 그 안에서 감지되는 감정의 여러 형태들, 정서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신문이나 뉴스의 사회면에서 맥락이 제거된 채 만나는 경마 관련 소식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은폐된 이야기가 난무한 스포츠라는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기 십상이다. 지난 2015년부터 약 2년간 작가는 실제로 경마관련 영상을 촬영하는 일을 작업과 함께 병행하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찰한 인간사의 모습과 그 전반에 흐르는 심리적 정서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이것은 전시에서 다양한 영상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특히 작가는 카메라의 '시네마룩', '필름룩'과 같은 화면의 질감표현과 비율조절방식에 주목하고, 이를 벽과 패널, 모니터와 아크릴을 이용한 다양한 영사 환경을 통해 실험한다. 가방 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몰래카메라나 범죄의 한 수단으로 보도되는 등 관습화된 사회의 시선에 의해 진지한 해석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왔던 경마는 그의 작업에서 나름의 개인사를 배경으로 경마 세계에 20년 넘게 몸담은 경마 예상가들의 연륜 있는 육성 인터뷰를 통해, 회화적 구도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마이산 경관과 장수경주마목장의 목가적 풍경 혹은 한적한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경마장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때론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흥겨운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간사의 여러 모습과 심리에 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예술의 한 소재로 재탄생한다.


함정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 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서와 상황을 적극적인 영상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하나의 특정한 소재를 다루되, 이것을 단일한 시선으로 고정하여 바라보기보다는 인물 인터뷰와 회화적 풍경의 기록, 뮤직비디오 등의 다양한 형식과 제각기 다른 화면의 질감과 비율, 분위기를 담은 영상을 상호 병치시켜 연출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인 시선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대상에 대한 즉물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것이 속한 공간, 사회, 상황 안에 생생하게 존재하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가장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한다. 특히 전시의 대표작 「Interview 예상가」(2017)에서 경마 예상가 3인이 각기 다른 목소리와 표정으로 전하는 경마장 사람들의 일화는 사회로부터 대상(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안에서 삶은 얼마나 더 복잡한 얼개를 드러내며, 희로애락의 감정은 그렇게 치열한 삶의 틈새를 어떻게 비집고 나오는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과 예상가들의 삶의 궤적,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한 편의 인생 드라마이자 개개인의 감정과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가 한데 녹아있는 단편 서사이기도 하다.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관습화된 편견들의 이면에는 삶의 도처에 자리한 인간사의 내밀한 감정들이 요동치고 있다. 결국 함정식이 경마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소재를 단순 미화하거나 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경마가 삶의 일부가 된 이들의 시선을 통해 관찰되는 삶의 여러 양태들, 내밀한 관계 속에 숨겨진 인간사의 단면, 그 안에 켜켜이 살아 숨 쉬는 미묘한 감정의 층위들이다. 불특정 다수의 믿음이 만들어 낸 신념, 광기로 치닫는 욕망, 막연한 기대와 배신과 불신, 미래를 향한 간절한 바람과 희망, 그 안에서 울고 웃기를 반복하는 감정의 뒤섞임, 이 모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황정인(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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