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tudio Project 3


2023.8.23 - 2023.9.10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양희성×장재민

Heesung YANG × Jaemin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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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가 새롭게 선보이는 “Studio Project 3”은 미술대학 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난 신진작가들을 대상으로 작업과 전시에 대한 큐레이팅을 통해 미술의 현장성과 세대를 넘나드는 예술적 소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격년제 기획 프로그램이다. 작년 7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 명의 신진작가(박원근, 양희성, 정다정)가 일 년 동안 크리틱을 통해 작업 방향을 고민하며, 태도와 생각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선배작가들을 만났고, 큐레이팅을 거쳐 함께 하고 싶은 선배작가(강석호, 장재민, 함진)와 2인전을 준비했다.    


- 큐레이팅과 멘토링 방향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사루비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자 했고, 작업의 역량과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는 여백이나 틈새에 주목했다. 양희성 작가는 작업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 그리고 작업에 대한 피드백이 절실했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에서 회화에 대한 이해, 작업 방식과 태도, 회화적 대상의 인식 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고, 직접 보고 들으며 스스로 고민하고 채우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선정 이후, 작업에 대한 사고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매체나 태도에 대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선배작가의 스튜디오를 일대일로 직접 방문하는 기회를 제공했고, 작가가 생각해 볼 만한 논제를 던지는 전시와 작가 정보를 공유했다.  

양희성 작가는, 떠오르는 심상을 빠른 시간 안에 감각적인 붓질로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과 작업 방식으로 인해, 간과해 온 감성과 회화적 물성을 일깨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화폭에 그려지는 대상의 순간적인 인상, 느낌만을 반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호흡으로 화면을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조형적 눈과 시간을 갖기 위한 노력을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회화의 소재와 매체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선배작가를 원했고, 매칭된 장재민 작가 또한 ‘풍경’이라는 회화적 대상과 속도감 있는 붓질의 조형성이 두드러진 회화작가로 실질적인 조언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전시는 만들어졌다. 이 전시를 통해, 작업을 시작하는 작가와 멘토가 되어주는 선배작가가 함께 작업의 균형을 맞춰가며 각자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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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이미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는 풍경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모든 풍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매 시각을 기념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일상 배경에서 벗어나 풍경이 되는 과정은 순전히 내면적인 작용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푼크툼을 느낀 순간, 단순 배경이었던 공간이 풍경으로 각인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려진 풍경을 본다는 것은 그린 사람의 특별한 경험을 슬쩍이나마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글을 지도 삼아, 풍경을 그려왔던 양희성과 장재민의 화면 앞을 거닐며 그들이 포착한 특별함을 살펴보자.


양희성은 산책하며 눈에 담았던 풍경을 화면에 옮겨왔다.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작가만의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작품을 하루에 완성하는 습관일 것이다. 빠른 속도에 비해 의외로 화면에서 뭉툭하게 나타나는 그의 붓질은 변덕스러운 감정이 다른 감정으로 변이되기 전에 붙잡고 싶은 간절함에서 나왔으리라. 그 순간의 감정, 풍경을 마주한 당시의 태도를 붙잡기 위해. 이제 풍경은 작가의 감정을 머금으며 재구성된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상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을 빌려와 원하는 형태로 대상을 왜곡하고, 단일한 색으로 화면을 채운다. 작가는 불충실한 재현을 통해 자신만의 풍경을 캔버스 화면 전체에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서 양희성의 불충실한 재현은 이내 상상으로 이어진다. 양희성은 캔버스에 담아냈던 왜곡된 상들을 다시 차용하며, 대상을 지워내고 서로 중첩시켜 최종적으로 제스처만 남은 새로운 화면을 구상한다. 어렴풋하고 모호한 형태의 회화는 외부의 자연물을 지시하지 않으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풍경을 상상하도록 이끈다.


장재민은 직접 경험했던 장소를 기억하면서 사후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풍경을 그려왔다. 처음의 경험과 다르게 풍경에 덧붙여진 의미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제한한 색과 형태를 통해 화면에 나타난다. 과감한 붓터치와 두터운 유화의 물성으로 인해 처음에는 형태가 뭉그러진 것처럼 보이나, 천천히 살펴보면 그림의 대상이 된 풍경이 꽤나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명확한 모습은 그 장소를 유추시킬 뿐 모두가 경험했던 장소로 나타나지 않는다. 장재민의 풍경은 작가가 덧붙인 제스처에 의해 각 개인은 지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으로 제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장재민은 그동안의 작업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최소한의 단서를 담은 드로잉과 벽화를 선보인다. 최소한의 단서, 최소한의 표현, 풍경을 유추할 수 없는 의미심장함. 작가는 단일한 색, 단호한 선, 단숨에 표현한 농담만을 남겨놓고 부차적인 것은 소거하며 조형적인 요소에 집중했다. 바로 스며드는 종이와 수성안료의 특성상 계획적인 붓질이나 우연한 흐름이 행위에 대한 반응으로 화면에 바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그러한 화면에 대응하며 의도와 우연 사이의 열린 가능성을 포착해간다. 


공교롭게도 이 전시는 풍경이라는 소재를 그려왔던 두 작가의 변화 과정에 있는 작업을 선보인다. 각자의 풍경은 다시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변화한다. 시작 단계에 있는 한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외부 대상을 변형하고 중첩시켜가며 화면을 새롭게 채웠고, 사루비아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약 10년 동안 묵묵하게 작업을 이어 온 한 작가는 자신이 표현해왔던 조형언어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며 화면을 비웠다. 

 양희성의 채워가는 과정과 장재민의 비워가는 과정에 주목하며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자. ‘Studio Project 3’의 세 번의 전시를 위해 전시장 중앙에 세운 각도를 튼 가벽은 공간에 동선을 만들어내고, 여러 시점을 열어놓으며, 전시장에 역동성과 시선의 재미를 더한다. 가벽으로 인해 양희성과 장재민의 작업은 서로 단절되기도 하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어우러지면서 연결되기도 한다. 모든 관람객이 가벽 사이를 오가며, 수많은 채움과 거대한 비움이 어우러지는 장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풍경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박지예|사루비아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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