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 days
2023.5.10 - 6.9
Project 1. 전시후원작가
박환희
Hwanhee Park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692 days》 전시 전경
본다는 것. 그린다는 것. 그린다는 것은 결국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화두에 다수의 작가들은 ‘어떻게’를 향한 예술적 고민과 창작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과 다른 나만의 해석과 조형적 양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시각적 결과물에 집중한다. 박환희 작가의 작업은 다소 진부해 보일지 모르지만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이 ‘무엇’은 박환희 작가에게 예술만이 드러낼 수 있는 실체이며, 적절한 자기 고유의 조형적 방식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작가는 일상을 관찰하며 직관적으로 대상이 지닌 그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에 따라 적절한 표현의 방법을 찾아 나간다. 수집한 이미지와 사물들이 때로는 걸맞은 조형적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선택한 매체가 또 다른 미디엄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색과 형태가 그림의 구도에 필요한 만큼 만나 어우러진다.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한 덜어내기 또한 시작된다. 색과 형태를 간결하게 그리고 온전히 맘대로 다루면서 창작의 자유와 재미가 그림에 배어난다. 무게를 덜고 소박하게 걸러진 그림들은 오히려 내면을 충만하게 채운다.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무엇을’ 보는가? 단순하게 묘사된 형태 너머의 감성을 읽고 내재된 운율을 음미하며 다른 생각을 낳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미지와 마주하며 우리의 시선은 내면과 응답을 주고받는다.
되찾고 싶은 감각, 감성, 기억들을 그의 작업을 통해 들여다본다. 삶의 현실적인 고민과 욕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지 못하는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의존하는지. 즐거운 유희적 태도로 순수하고 담백한 맛과 상쾌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은 예술과 작가의 삶이 일치될 때 제 맛이 난다. 삶의 방식과 생각, 감정들은 풍부한 작품의 원재료가 되기에 작가는 인공적인 맛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박환희 작가가 지닌 고유의 레시피와 손맛이다. 맛의 평가는 개인의 취향일 것이고, 작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보여진다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작품으로 표현된 작가 내면의 본질적인 감성이 관람자의 감성을 환기시킬 때 우리는 예술적으로 감응한다.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은 관람자의 감정을 깊고 깨끗하게 이끈다. 본다는 시각의 영역을 벗어나 정신적인 반향을 일깨우고 내면의 울림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예술의 목적과 다르지 않은 예술가들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우리의 삶을 비추고 각성시킨다.
사루비아의 전시후원작가로 선정된 날로부터 전시가 시작되기까지 692일의 시간, 작가가 보고 느낀 일상이 전시로 옮겨졌다. 작가는 늘 그래왔듯, “다가올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다리며 허락된 오늘을 관찰하고, 그리기의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눈과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하루하루를 보냈다”.(작가노트 중에서) 고유의 회화적 언어로 사물과 본인이 받은 감응을 들려주는 소통 방식은 인스타그램의 아날로그 버전을 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내 지식과 경험이 규정하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생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된다. 예술작업은, 예술가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의 힘을 일깨운다.
황신원|사루비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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