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 to Oval


2017.5.17 - 6.16

Exhibit Cat. PG1   

배헤윰

Hejum BÄ


디지털 세대인 작가 배헤윰에게 인간의 가장 오래된 표현방식이자 이미지를 다루는 전통적인 매체로서 회화는 여전히 시지각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이다. ‘회화’는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가능케하는 공간이고, 이분법적인 영역을 넘나드는 소통의 지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각환경은 이미지에 대한 다른 시각의 틀을 열어 주었고, 회화라는 매체에 대한 접근 방향과 인식 또한 기존의 회화 작가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세대의 작가들에게 회화 매체는 작업의 출발부터 명확한 연결고리, 다시 말해 회화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된 개념과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와 매체에 대한 사유의 관점이 앞으로의 작업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배헤윰은 이번 전시에서 ‘운동 이미지’를 발생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회화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작가가 담아내려는 ‘움직임’의 대상은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인 사유 행위, 언어 활동, 시간의 흐름을 포함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공간과 소리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디지털 미디어 매체의 본질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배헤윰은 움직임을 정지된 시공간, 이로 인한 영속성과 완결성을 지닌 회화의 영역에서 실험하고 있다. 색과 형태라는 회화의 본질적인 조형 요소를 통해 다른 매체의 표현 가능성을 수용하고 확장시키고자 한다. 신체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일상의 모습을 사진적 구도로 담아낸 연속적 시퀀스(sequence),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 포착된 운동 이미지는 시각적 단서에 근거해 그 세부를 채워 넣는 인간의 감각을 통해 가상의 시퀀스를 발생시킨다.


한편 배헤윰의 회화적 실험은 물리적·물질적 요소가 개입됨으로써 한층 더 확장된다. 분절된 시퀀스는 내러티브의 연속성을 지닌 채 이질적인 물질들로 구현되었다. 벽화, 종이, 캔버스, 철판, 나무 합판에 이르는 다양한 재료와, 일정 규격을 거부하는 화면(picture plane)의 크기는 내용의 맥락과 조형적인 조화로움을 추구했던 일반적인 회화 디스플레이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질적 요소들이 혼재됨으로써 작업의 연속성과 통일된 안정감은 어느 정도 불편함을 야기한다. 또한 각기 다른 물성의 화폭은 벽면에 양각으로 새겨진 단어, 중첩된 색면의 테이프와 함께 회화의 두께를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며, 동시에 오브제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촉각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배헤윰 작가에게 그리는 행위는 신체를 매개로 비가시적인 세계가 가시적인 세계로 넘어가는, 관념과 물질이 치열하게 접점을 찾아나가는 또 다른 움직임이다. 회화가 아닌 다른 매체의 요소가 회화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지점, 본질적 요소가 와해되어 더 이상 회화만의 영역이 아닌 지점은 배헤윰 작가에게 열린 새로운 회화적 가능성이다. 원(circle)이라고 생각했던 회화가 유동적이고 탄력 있는 타원(oval)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계에 대한 고민을 배헤윰은 계속하고 있다. 회화(painting)와 비회화(non-painting)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황신원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e-c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