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Bathing
Sea Bathing
2021.1.20 - 2.21
Project 1. 전시후원작가
김하나
Hana KIM
《Sea Bathing》 전시전경
(좌) 바다와 빙하, 2021, oil on canvas, 270×13cm/ (우) 김유하(金有夏), 2021, oil and oil pastel on cotton, 269×350cm
(좌) 바다와 빙하, 2021, oil on canvas, 270×13cm/ (우) 김유하(金有夏), 2021, oil and oil pastel on cotton, 269×350cm
Ground 2, 2021, oil on canvas, 162.1×259.1cm
Ground 1, 2021, 3 pcs, dimensions variable
옆에, 2021, oil on canvas, 193.9×112.1cm
바다와 빙하, 2021, oil on canvas, 72.7×90.9cm
Sea Bathing, 2021, 4 pcs, dimensions variable
《Sea Bathing》 전시전경
《Sea Bathing》 전시전경
작가 김하나는 이번 사루비아 전시를 통해 전과는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8년간 막연한 창작의 본능에 집중하고 감응하는 시기를 겪었던 작가는 내면의 갈등 요인들이 차츰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는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적인 태도로 다른 삶의 장소를 모색하고 새로운 방식과 가치를 찾고 싶었다. 그 시작은 바다가 옆에 있는 인천지역의 스튜디오에서였다. 그는 여기서 그리워했던 바다를 응시하고 주변을 산책하며 사유를 즐겼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창작의 모티프 또한 바꾸었다. 영화, 다큐멘터리, 인터넷, 사진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두렵고 낯선 신비한 것에 대한 관심은 이제 바다, 건축물, 여행지, 주변 지역 등의 일상적 경험이 선사하는 보이는 모든 것들로 전환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주체적 시선은, 기억 속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소환하여 현재의 이미지와 중첩, 나열됨으로써 감각의 폭을 넓혔다. 대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깊이와 몰입도가 강해지고 있음을 작가 스스로 감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가 공간과 조응하는 관계 또한 변모시켰다. 달라진 관점은 공간과 일정한 거리 두기 방식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시거리를 좁혀나가는 시점으로, 개념보다는 감정으로, 설정보다는 개입하는 방식으로 다른 차원의 시각을 열어 주었다.
작가는 사루비아 전시공간을 ‘Sea Bathing’으로 상정하였다. 가상의 공간과 물리적인 공간을 중첩시키며 그림의 모티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작업 구상의 출발점이 되었다. 공간과의 관계에서 나온 밑그림은 작업실에서 구체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각각 서로 다른 형과 색, 물성의 모양새를 취했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내러티브와 상상에 의해 각각의 이름을 머금고 공간의 동선 및 특정성에 따라 위치한다. 고유의 위치를 정함에 있어, 이 공간의 모든 구조를 떠올리며 감각적으로 다가간 것은 색채와 물성이었다. 이 색과 물성은 화면의 크기를 고려해 형을 떠내고, 개념을 구축하고, 이미지에 텍스트를 입히고, 공간적 설치를 구현하고, 움직임을 설정하며 김하나 작가의 감각은 끌어올려진다. 무엇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회화는 다양하고 미묘하며, 공간에서 빛을 머금은 느낌이다. 그리고 추상화되는 과정에 담긴 여백과 레이어들은, 공간의 흐름과 부피 그리고 지지체를 생각하며 지난 8년간 행해진 붓질과 인식의 흔적을 감각하고 사유했던 흔적으로 뒤덮였다. 특히, 전시 작품 중 <김유하(金有夏)>, <Ground 2>는 실제로 경험한 형상을 은유하기 위해 두 개의 화면이 마치 네거티브와 포지티브처럼 겹쳐지는 효과를 드러낸다. 작품 <옆에>는 이와는 달리 현실 너머 이상을 향해 갇힌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제스처로 읽힌다. 작품들의 언어와 이미지는 반복적으로 지우고 그리고 배열됨으로써 언어와 이미지는 한 몸으로 거듭나며 자연스레 그 경계를 희석한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타인들의 생각과 상상으로 채워지는 향유의 대상이 된다. 타자의 시선으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공간인 것이다. 이번 회화 전시가 만들어낸 공간은 결국 프레임 안에 있지 않고 프레임 밖에 관계한다. 따라서 연출된 작품을 하나의 점이라고 가정한다면, 점과 점 사이에 생긴 여백에서 유한의 점들로 이어진 선이 만나 면이 되고, 공간이 되고, 시간을 포함한 차원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 순간 그가 이 작업을 위해 수없이 고민했던 전시제목, 작품제목, 창작의 단서, 창작의 과정에서 지워진 그림들 그리고 시간의 여정은 사라질지 모른다. 전시를 여는 순간부터 그의 생각은 저 바다의 수평선 너머 또 다른 이상(理想)을 향해 그곳에 가 있을 수도 있다.
이관훈|사루비아 큐레이터
2월 11일(목) - 2월 14일(일) 설 연휴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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