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믿은 게 아니라 속은 거야
You're Not a Believer, You're a Sucker
2020.11.18 - 2020.12.30 (11.28 - 12.14 임시휴관)
Project 1. 전시후원작가
정수
JUNG Su
《당신은 믿은 게 아니라 속은 거야》 전시전경
저글링하는 사람 (Shortened Version), 2020, Single Channel Video, 6'11"
무제 (부서진 것이 속한 곳은 없다), 2020, Print on Paper, Selected Poems Written in 2020, Dimensions Variable
무제 (부서진 것이 속한 곳은 없다), 2020, Print on Paper, Selected Poems Written in 2020, Dimensions Variable
눈먼 개의 미로, 2020, Dry Decal, 15×23.8 cm
나는 우주의 나선 모양을 따라가는 눈먼 개, 2020, 5 Collected Images, Dimensions Variable
야간근무, 2020, Installation,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야간근무, 2020, Installation,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야간근무, 2020, Installation,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유령과 장님, 2020, Single Channel Video, 5'29" and Object Installation (Scholar Stone and Timed Lighting), Dimensions Variable
유령과 장님, 2020, Single Channel Video, 5'29" and Object Installation (Scholar Stone and Timed Lighting), Dimensions Variable
유령과 장님, 2020, Single Channel Video, 5'29" and Object Installation (Scholar Stone and Timed Lighting), Dimensions Variable
예술작업은 남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예술은 경험이나 직관, 감각, 상상 등 다양한 요소를 기반으로, 인간으로서의 나 그리고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과 답변이기도 하다. 정수 작가는 낯선 세계로의 상상을 즐긴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이 여정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맞닥뜨린다. 이 순간적이고 우연적인 만남은 낯선 이미지와 언어, 시공간을 찾아다니며 잠재되었던 수많은 퍼즐 조각 중 어렴풋하게 하나의 퍼즐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 퍼즐은 항상 그래왔듯 정확한 제자리의 확신을 주지 않는다. 꽉 채워지지 않은 빈틈은 옆자리를 차지할 퍼즐의 연결고리를 제시한다. 또 다른 조각을 찾기 위한 통로가 열리고 낯선 세계로의 여정은 지속된다.
작가는 언어와 시각, 두 영역의 창작 과정에서 작동하는 시적 은유에 주목했고, 두 가지가 서로 보완하고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미학적 경험을 탐미하고 있다. 그녀는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로서의 텍스트를 시적 감성으로 버무린다. 하나의 이미지 또는 사물에 생각이나 감성, 의미를 덧대는 과정은 자신에게 내재된 그 무엇을 찾아 분출시키고, 그것이 무르익도록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떠다니는 생각과 부유하는 시선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만들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감각하게 만드는 특별함을 지닌다.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고 투영하게 만드는 작업은 분명 작가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가. 무엇이 그립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모르는가. 사물이나 대상이 촉발시킨 구체적 상상이나 은유가 작가 자신의 내면의 울림과 교감하는 순간, 이렇게 작가의 ‘시’는 탄생한다.
독특한 은유와 상징의 모티프로 채워진 생경함은 관람자를 낯선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의 심리와 창작의 근원에 호기심을 지닌 채, 기이한 장면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이미지나 오브제, 텍스트는 시간과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여기에 ‘기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기억은 고통, 슬픔, 기쁨, 희망의 감정이 축적된 시간과 장소를 넘나든다. 관람자는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주체가 된다.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과 주변, 그 이면을 응시하고,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장면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시각은 글을 쓰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주요 감각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예술적 심상을 촉발시키는 글쓰기 또한 창작을 발생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 중 하나이다. 텍스트가 지닌 언어의 소통 한계를 뛰어넘는 이미지와 시적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작품 제목뿐만 아니라 작품 내용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텍스트는 낯선 이미지와 조응하며 독창적이고 섬세한 뉘앙스로 변모된다. 대상의 외면과 내면이 은유와 상징으로 교차하는 접점을 찾아 그 잔영을 작업의 맥락으로 끌어옴으로써, 작업은 다층적 의미를 지니게 되고, 다양한 매체로 소통의 가능성은 확장된다.
작가는 창작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과 깨달음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사유와 상상이 시공간의 차원을 넘나들며 빈 곳을 찾아 어디로든 유유히 자유롭게 흘러나가기를 기대한다. 현재의 현실적 가치와 현상에 집착하는 ‘눈 뜬 장님’들에게 한편의 감각적인 ‘시’가 지닌 아름다움과 감응을 보여주기 위해.
황신원|사루비아 큐레이터
11월 28일(토) - 12월 14일(월) 임시휴관
12월 15일(화) - 12월 30(수) 재개관 (12월 25일(금)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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