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과제전 2019
The Third Project Show 2019
김문기 김민조 양현모 이수민 전지홍
Moongi GIM / Minzo KIM / Hyunmo YANG
Sumin LEE / Jihong JEON
2019.8.21 - 9.22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기획. 이관훈
Curator. Kwan Hoon LEE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김문기, FOREVER, 2019, 종이, 테이프, dimensions variable
김문기, BEST FRIENDS, 2019, 종이, 테이프, dimensions variable
김민조,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좌) 시린 빛, 2018, 목재 합판에 유화, 30x24cm
김민조,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좌) Chronicle John O'hara, 2019, 캔버스에 유화, 53×45cm
김민조,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아래) 물 웅덩이, 2019, 캔버스에 유화, 116×80cm
양현모, 검은 별2, 2018, 캔버스에 유화, 193.9×260.6cm
양현모, 검은 별1, 2019, 캔버스에 유화, 45×53cm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이수민, Thoughtful Partner 1,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62.2×112cm
이수민,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우) Moving Strokes,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12.1×145.5cm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전지홍,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좌) 마산-도천, 2019, 순지에 먹, 파스텔, 177×115cm
전지홍, 스타파티, 2019, 화첩에 먹과 연필, dimensions variable
전지홍, 보고싶은, 2019, 10pcs, 비단에 연필, dimensions variable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제3의 과제전 2019》 전시전경
<제3의 과제전>이 올해로 3회를 맞이했다. 격년제로 사루비아가 기획하고 있는 이 전시는 국내 미술대학의 관행적인 졸업전시와 과제전시의 기능과 소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1999년 11월 졸업을 앞둔 경원대생 다섯 명은 그룹 ‘BIJUS'를 구성하여 졸업전의 개혁을 주장하는 프로젝트, <졸전이 밥 먹여 주냐!>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국의 미술대학 15개를 순회하며, 미술대학의 졸업전시에 관한 인터뷰 영상과 소책자를 발행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십년의 세월이 지난 미술계 현장에서 <제3의 과제전>은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2000년대 이후부터 미술대학 내부의 혁신과 미술 현장에서의 개혁의지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점차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미술현장에서 바라보는 교육현장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학습의 결과’로서의 졸업전과 과제전은 창작과 작가 양성의 과정으로써 목적과 수단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정작 가까운 미래에 현장에서 만나게 될 예비 작가들의 목소리는 독백에 가깝다.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찰하고, 논의하여 새로운 비전을 위해 하나씩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제3의 과제전>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커져가는 만큼, 전시의 기본 취지와 비평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십년 전에 비해 작업과 전시를 위한 미술계의 시스템은 분명히 나아졌지만, 치열한 경쟁과 기회의 불균형은 여전히 작가로서의 삶의 불확실성을 고민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학교를 벗어난 이번 전시의 경험과 작업에 대한 피드백이 창작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할 예비 작가는 국내 미술대학교 4학년 및 대학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하였고, 전국 32개 대학에서 172명이 지원하여 최종 5명을 선정하였다. 선정기준은 창작언어를 취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 주체적인 자각의 태도로 작업을 대하고 있는가, 자기세계를 지향하며 기성 작가의 작품 유형과 변별성을 갖고 있는가, 프레임이나 형식에 갇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력을 지녔는가를 판단했다. 또한, 작품의 성향과 더불어 과제전, 졸업전에 대한 생각과 각자의 고민을 적은 글에서 전시의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고려하여 심사했다.
<제3의 과제전>은 3개월 동안 선정된 예비 작가 5명과 함께 오리엔테이션, 작품 프레젠테이션, 스튜디오 방문, 전시 디스플레이 등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에 대한 서로 간의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현재의 교육현장과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전시작품에 관한 큐레이팅이 시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고 공유된 생각이 전시의 결과물로 드러났다.
김문기는 기존 제도권이 지닌 조형언어의 속성에 반하는 작업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그의 작업은 무거움보다는 가벼움, 불편함보다는 편리함, 물질성보다는 非물질성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성질을 선택하고 동시에 형식 또한 유연하고 가변적인 형태를 취했다. 이러한 현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가볍게 소비되고, 편리하게 이루어지는 지금의 시대상과 맞물려 내용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반면에, 이번전시에서는 예견치 못한 ‘사랑’이란 화두로 재치 있고 엉뚱한 감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보여준다.
김민조는 연극 주인공의 뒤편에 배경처럼 자리한 조연, 혹은 삶에서 쉽게 인지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고, 이를 회화적 조형요소로서 연구해왔다. 화면 속에는 미디어에 노출 된 이미지나 작업을 하는 학교 친구들의 모습 등 실재하는 장면과 그의 내면에서 비롯된 상상의 세계가 혼재한다. 재구성된 장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들은 묵직한 색감과 얇지만 운동성이 강한 필법을 통해 묘사되고, 타원과 선형의 형태로 나름의 질서를 갖고 배치된다. 이러한 구도는 이미지에 긴장감을 더하는 동시에 장면을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양현모는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휴머니티, 즉 현실에서 결핍된 사유의 흔적들을 찾는다. 그는 이를 위해 고요한 침묵이 흐르는 밤 산책을 선택했고, 묵시적인 형태의 빛을 그림으로 발화시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표현한다. 또한, 표현된 침묵의 언어는 어둠이 지닌 고독한 빛의 역설을 드러내고, 사회 속에서 유린된 우리들의 억압된 의식과 무의식의 욕망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예술의 역할에 질문한다.
이수민은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과 서사의 흐름을 끊거나 연장하는 ‘칸(frame)'의 기능 등을 회화적 요소로 적극 활용한다. 전면에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색들은 광고나 포스터처럼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는 그래픽 이미지에 착안하여 얻은 것이다. 이렇게 채집된 색채는 그의 회화론 속에서 모호하지만 생기 있는 무언가로, 재료적 물성이 강한 회화로 재탄생되고, 칸을 통해 하나의 화면으로 정리되거나 연속성을 가진 장면으로 증식하기도 한다. 모니터와 지면 속을 떠돌며 한없이 얇게 존재하던 이미지들은 이수민의 회화를 통해 다시 단단한 몸을 얻게 된다.
전지홍은 자신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개인의 역사에 주목하고 이를 글과 지도로 나타낸다. 천문학자였던 외삼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어릴 적 살던 창녕 도천을 떠나야 했고, 이별로 인해 새롭게 만난 인연과 헤어짐에 편지를 쓴다. 본인의 기억과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국 고지도 형태로 도천의 모습을 재현하고, 외삼촌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소백산 천문대에서 별을 바라보며 남긴 글과 그림은 외삼촌에 대한 헌사임과 동시에 자신의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획에 있어서 연출력은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창작물로서 작용한다. 제3의 과제전 특성상 일정한 주제를 두지 않기 때문에, 장르나 성향이 다른 작품들을 28평 한정된 공간 속에 어우러지게 연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 참여하는 다섯 명의 남다른 개성과 각자의 조형언어가 적절하게 발현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공간이 지닌 요소, 벽면을 고려하여 색채와 나무 기둥을 통해 공간을 구획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전시 연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공유하기 위해 힘썼고, 전체가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를 찾아 나가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제3의 과제전>은 또 다른 과제전의 형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예비작가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고, 그들의 생각과 언어가 어떠한 모양과 형태를 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구도가 아닌, 그들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감성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이다. 학교를 벗어난 제3의 장소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맥락으로 창작의 고민을 풀어 놓는 장(場)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자기 성향에 맞는 언어가 무엇이고, 무엇을 찾을 것인지, 미술 현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다른 발상의 전환점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Text
이관훈 | 사루비아 큐레이터
문소영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김재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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