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현재전시


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 명명되지 않는 존재

Unidentified Existence

2021.3.24 - 4.23   

Project 2. 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박성소영

So Young PARK



SO.S(Sarubia Outreach & Support)는 사루비아다방이 2015년부터 시도해온 중장기 작가지운 프로그램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전시와 같은 창작의 결과물 이면에 감춰진 작가의 수많은 시간과 노력, 과정 속에 큐레이터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작가의 창작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017년 4월 공모를 통한 ABC그룹 총 6인의 작가선정 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SO.S 2017-18 프로그램의 진행결과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을 구하는 자리입니다.


A 그룹 - 
“또 다른 창작의 돌파구가 필요한 중진작가”


- 46세 이상 60세 미만의 작가 (1961년생-1974년생)

- 개인전 5회 이상의 자격을 갖춘 작가


SO.S의 A 그룹 지원은 국내 미술계 시스템의 전반적인 균형과 세대 간의 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중견작가 지원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삶의 연륜과 함께, 물질적 또는 심리적으로 창작의 희로애락을 맛본 중진 작가들에게 창작의 즐거움과 의미를 되짚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A 그룹의 프로그램은 시대적 흐름과 속도를 달리하여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거나, 창작의 위기 또는 작업 자체의 매너리즘을 고민하는 작가들, 또한, 작가주의적 태도를 지향하며 구축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미술계 시스템에 제대로 소통시키지 못한 작가들을 위한 발판이 되고자 한다. 진솔한 대화를 시작으로 예전과는 다른 나 자신, 그리고 작업의 실마리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요 진행 과정

2020.4  작업실 크리틱 - 사루비아 큐레이터

2021.1  작업실 미팅 - 사루비아 큐레이터

2021.2  심층비평 I - 이은주(독립기획자, 미술사가)

2021.4  심층비평 II - 전시기간 중 진행


프로그램 참여 동기

베를린에 거주하며 이십여 년 동안 해외 활동에 주력해온 작가로서 중년이 되어 마주한 한국 미술계 시스템은 접근이 어려웠다. 삼 년째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작업의 반응을 구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기회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비평이 활성화되지 못한 미술계 환경 속에서, 무의식에 기반을 둔 작업에 명확한 개념과 설명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작가로서 스스로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막상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무의식중에 생성되었을 편향적 시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성숙의 과정은 스스로의 작업세계를 환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루비아의 지원 방향

작가의 활동 경력을 떠나 작가 고유의 회화 작업에 대한 온전한 반응을 구하고자 하며, 추상 회화가 급부상하고 있는 시류에 추상의 또 다른 접근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평면작업과 함께 입체로, 매체와 공간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비평적 논의와 큐레이팅 또한 제공되었다. 소통과 피드백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전문적인 멘토링은 작가가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고 다각적인 해석이 작업에 다시 반영되는 선순환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2019-2021  SO.S  참여작가


A 그룹    박성소영  신유라

B 그룹    감민경

C 그룹    강성은  박효빈


털, 쇠, 원

 


얼마 전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의 표면을 찍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왔다. 탐사선이 포착한 화성의 땅 이미지는 그 어떤 이론보다 우주의 생성소멸 주기와 지구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흙과 돌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요소로 구성되어있으면서도 가본 적 없는 땅이자 지구와는 다른 시간대에 있는 그 고요한 장소를 보니 박성소영의 작품 속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상의 단초가 된 것은 몇 년 전 박성소영의 베를린 작업실에서 보았던 <Once upon a time>(2016)과 <Stone age>(2016)였다. 이 작품들은 뚜렷한 대상이 없는 추상적 형태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숨 쉬고 있는 생명체 같기도, 고요한 정물 같기도 하고, 오래된 암석이나 협곡과 같은 자연풍경, 혹은 풍경과 건축이 변별되지 않는 상태로 서 있는 스톤헨지와 같은 선사시대의 신전을 떠올리게 했다.

 

최근작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박성소영의 작품 속에서 암석을 연상시키는 형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물질 탄생의 기원을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퍼서비어런스 호가 찍은 화성 표면의 암석들과도 닮아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광활한 공간감과 어우러지는 점성 강한 유화물감과 분말처럼 느껴지는 금속성 안료의 조화는 근원적인 광물질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상상하게 한다. 화성 탐사선이 과거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면, 박성소영의 그림 속 장면들은 물질의 발생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되 그것으로부터 다시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초시간적 시점을 제시한다. 생명체의 존재와 문명의 생성소멸을 관통하는 광대한 시간 여행을 통해, 지금 이곳에 있는 작은 점과 같은 인간 존재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것이다.

 

박성소영은 문명 발생 이전부터 살아있었으며 인류가 소멸된 이후에도 생존할 것으로 유추되는 박테리아의 존재성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단세포 생물체의 역사와 운명을 생각하여, 영원성을 의미하는 ‘박테리얼리티(bacteriality)’라는 용어를 만들어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영원성은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주 안에서의 물질의 끝없는 순환, 에너지의 생성과 소멸 주기라는 자연의 대질서에 근간한 것이다. 박성소영은 근작에서도 우리 존재의 탄생 자체를 가능케 했던 바로 그 궁극적인 질서 안에서 형성되는 자연, 인간, 자연물들의 관계와 경이로운 사건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 안에는 과거와 미래가 분화되지 않은 채, 고대인 동시에 미래일 수 있는 비선형적 시간의 축이 작동하는, 흡사 어떤 장소(site)처럼 보이지만 지리적으로는 특정할 수 없는 공간이 상정된다. 이것은 본 적 없지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을 태고의 시공간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현실과 꿈 사이에 있듯 기시감과 낯설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루비아의 이번 개인전 《명명되지 않는 존재》에서 박성소영은 2017년 이후 그가 시도해왔던 오브제 설치와 회화적 실험을 종합하여, 과거와 미래를 나눌 수 없는 시간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무대가 될 전시를 구상했다. 원형 거울 설치작업에서 연상되는 행성의 이미지는 대형 회화 작품들에 등장하는 원들과 조응하면서 달, 일식, 블랙홀 혹은 UFO가 있는 우주적 풍경을 이룬다. <꿈에서>(2021)에 그려진 숲과 같은 이미지는 회화 프레임 밖으로 확장되면서 괴생명체의 이빨을 연상시키는 벽화로 연결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대량생산된 철 수세미로 마치 털이 난 원생동물과 같은 형태를 구현한 <천 개의 눈>(2021)이 설치되었다. 이는 행성을 움직이는 우주의 주기 안에서 탄생한 원시 생명체이자 자연과 문명이 분화되기 이전의 시간대에서 만들어진 토템과 같은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전시 안에서는 숲이 동물이 되고, 동물의 털이 기계적인 금속성과 이어지며, 일식이 UFO가, 회전하는 행성이 신비로운 블랙홀이 된다. 오늘날의 대량생산물까지 자연 질서 일부로 수렴되는 이 미분화된 시공간의 무대를 통해서, 박성소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작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절대적인 순환 질서로 관람자를 초대하고 있다.

 

 

이은주 | 독립기획자, 미술사가


e-c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