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과제전 2017
The Third Project Show 2017
김은주 박예나 송수민 이문영 조미형
Eunju KIM / Yena PARK / Sumin SONG /
Moon Young LEE / Mi Hyung CHO
2017.10.25 - 11.24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기획. 이관훈
Curator. Kwan Hoon LEE
《제3의 과제전 2017》 전시전경
《제3의 과제전 2017》 전시전경
김은주, 노랑과 세 봉우리, 2017, oil on canvas, 45 x 45cm (each)
김은주, Blue one, 2017, oil on canvas, 60.6 x 72.7cm (each)
김은주, Floating yellow, 2017, acrylic, oil on canvas, 72.7 x 90.9cm (each)
박예나, 《제3의 과제전 2017》 전시전경/ (좌) 어떤 마음의 몸체 1, 2017, wood, arduino, motor, pencil on paper, 49 x 66 x 313cm, installation
박예나, 어떤 마음의 몸체 2, 2017, wood, motor, pencil on paper, 28 x 33 x 180cm, installation
박예나, 어떤 마음의 몸체 4, 2017, laminated paper, tracing paper, 55 x 65 x 40cm, installation
이문영, 돌, 껍질, 새, 전나무 숲 가운데 폭포에서., 2017, photography, wood, pigment, gypsum, oil clay, watercolor, acrylic board, paper, bell, wire, pulley, 280cm × 280cm × 300cm
이문영, 《제3의 과제전 2017》 전시전경
조미형, 둑 물 (1~6), 2017, oil on paper(1~3), oil on canvas(4~6), 27.3 x 34.8cm (each)
조미형, 바닷물2, 2017, oil on paper, 60.6 x 70.8cm
조미형, 바닷물8, 2017, oil on canvas, 140 x 190cm
송수민, 물불 물불 – 지나간 흔적, 2017, acrylic on canvas, dimensions variable
송수민, 膜(막), 2017, acrylic on canvas, 200 x 60cm (each)
<제3의 과제전>은 국내의 미술대학이 해마다 시행하는 졸업전시와 과제전시의 기능과 소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2015년에 1회를 시작하였고, 이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호응에 힘입어 대안공간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연례 기획전으로 전환되어 올해 2회를 맞이했다.
왜 3의 과제전인가? 이 질문은 근본적으로 ‘창작의 고민’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창작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평생의 화두로 살아간다. 창작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미술교육의 현장은 수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2000년대 들어와 미술대학 내부의 혁신과 미술 현장에서의 개혁 의지가 서로 맞물려 변화의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지만, 미술 현장에서 바라보는 교육현장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졸업전과 과제전은 여전히 교육제도의 평가시스템 아래 운영된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발상을 여과 없이 표현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미술대학과 미술 현장의 관계는 뗄 수 없는 필연적인 연결고리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관망과 대안 없는 비판적 시선으로만 미술교육의 현장을 바라볼 뿐이다. <제3의 과제전>은 이러한 태도의 반성에서 출발해, 좀 더 적극적인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할 예비 작가는 1회 때와 같이 국내 미술대학교 4학년 및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하였고, 전국 30개 대학에서 147명이 지원하여 최종 5명을 선정하였다. 선정기준은 얼마나 주체적인 태도로 작업을 대하고 있는가,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지향하며 기성 작가의 작품 유형과 어떤 변별성을 갖고 있는가,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력을 지녔는가를 판단했다. 또한, 무엇보다 전시의 취지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제3의 과제전>은 선정된 예비 작가 김은주, 박예나, 송수민, 이문영, 조미형 등과 함께 5개월 동안 오리엔테이션, 작품 프레젠테이션, 스튜디오 방문, 전시 디스플레이 등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에 대한 서로 간의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현재의 교육현장과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전시작품에 관한 큐레이팅이 실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고 공유된 생각이 전시의 결과물로 드러났다.
졸업전과 과제전을 이미 겪었던 그들과의 만남을 지속하며 디스플레이가 끝날 무렵, 이들은 새롭게 경험한 <제3의 과제전>에서 기존 전시와 다른 차별점을 드러냈다. 5명의 참여자들은 기존 과제전에서는 학교라는 제도권 내에서 검열이 심해 자아와 내밀한 세계를 표현하기 어려웠고, 창작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개인의 사소한 관심이나 흥미를 표현할 기회가 없다고 했다. 또한, 새로운 창작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피드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력감 및 불안감이 밀려왔고,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주어진 벽면이나 위치에 작품을 설치하는 수동적인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드러내어 전시역할에 대한 무의미로 다가갔다고 했다. 반면, <제3의 과제전>에서는 함께 했던 고민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는 믿음이 생겼다고. 그리고 전시를 위해 서로 간의 작품을 모두 공유하며 다 함께 노력하며 만들어간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고, 전시 전체의 조화를 고려한 공간 배분이나 개인의 성향에 맞는 작품 위치와 벽면 색 배치, 또한 개인의 작품들 안에서도 고려해야 할 조화와 안배 등을 공감했다고 했다.
예비 작가 선정부터 그리고 전시를 진행하기까지 전 과정을 통해 주시했던 그들의 작업은 오랜 기간 교육현장과 미술 현장을 오가며 보아온 큐레이터의 시야에서 바라봤을 때, 반복과 재생이 이어지는 현대미술의 언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생경함과 신선함이 다가왔다. 경쾌하고 발랄한 색취(色聚)를 풍기는 김은주는 길바닥에 널브러진 하찮은 미물들에서 마치 가변적인 시공간에 부유하는 자신을 대변하듯 가벼운 질량의 원색적 추상 풍경을 불완전한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에 이끌렸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들 사이에 찰나의 언어를 낚아채 온전하지 않은 미완의 상태를 즐기는 박예나는 오브제와 드로잉의 간극에서 최소한의 날 것 재료들을 선택하여 모호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했다. 인터넷과 신문 매체에서 다뤄지는 사건들 그리고 주변에서 접하는 풍경과 사물을 수집하여 자신만의 가상세계를 실현하는 송수민은 사건을 둘러싼 텍스트가 사라진 동시대의 인공적인 아이콘(삼각형의 도형)을 차용하여 기억의 차원을 넘어선 풍경을 그리는 것에 시선이 갔다.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은밀히 저장된 흔적도 형체도 없는 생각을 본능적인 감각으로 보편화하는 이문영은 실체 없는 가상공간으로 들어가 최소한의 물질을 이용해 관념과 심상을 간결하게 드러내는 데 관심이 갔다.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의 감성과는 달리 인간 본연의 회귀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자연 풍경에 심취한 조미형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리얼한 감성을 채취하여 그 풍경을 온 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회화적 표면의 움직임, 색과 빛의 미묘한 변화 안에서 감지하도록 만든다.
전시에 참여한 5명은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소통의 장이 필요했고,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피드백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이번 기획전은 개인의 조형적 언어가 공간에 온전히 발휘되면서 전체가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를 찾아 나가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전시는 일방적이고 지시적인 경쟁 구도가 아닌 학생들의 ‘있는 그대로’의 고유 감성 언어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학생들의 주체적인 자각을 일깨우고, 그들의 기대심리를 끌어올리는 계기이자 또 하나의 길잡이로서, 미술 제도권으로 나아가야 할 예비 작가들에게 자기 성향에 맞는 언어가 무엇이고, 전시를 통해 무엇을 찾을 것인지, 미술 현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학교를 벗어난 제3의 장소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맥락으로 창작의 고민을 풀어 놓는 장(場)을 제시하고자 했다. 각자의 조형언어가 ‘공간’이라는 여백, 그리고 ‘전시’라는 가능성과 연결되어 새롭게 확장, 발현시킴으로써 또 다른 발상의 전환점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이관훈(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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